깨어나고 곧바로 기록했다면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할 수 있을텐데, 조금 지나서 적으려니 기억이 희미하다.
배경은 고등학교이고 겨울 교복을 입고 있다. 수업 중인데, 언제나 그랬듯이 교탁 앞 두번째 줄에 앉아 있다. 아마도 새학기 어떤 수업에 첫 시간인가보다. 선생이 낯설게 느껴지고 한 해 동안 자기 수업을 거들어줄 녀석을 찾고 있다. 옆에 있는 녀석이 작고 낮은 목소리로 "곽씨로 해요"라고 말했다. 작았지만 충분히 모두에게 들릴 정도였다, 원래 교실은 조용해서 조금만 떠들어도 다 들리니까. 옆에 있던 녀석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꿈 속에서도 별로 중요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선생이 나를 지목했고, 나는 꺼려하는 표정을 강하게 지어냈다. 결국 다른 녀석 둘이 당첨(?) 되었다, 불쌍하게도. 그리고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도 뭔가 하나 맡게 되었다. 앞의 두 녀석이 맡은 것보다 덜 귀찮으면서 상당히 권위 있는 것이다.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꿈 속에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마구 뛰어서 학교에 간다. 정문을 지나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이 부분이 좀 이상했다. 학교 가는 길과 교실 안은 다녔던 고등학교인데, 정문에서 교실까지 가는 길은 다녔던 중학교의 1학년 건물로 가는 길이었다. 아무튼 정문에서부터 교실까지 뛰어갔다. 실제로 중학교 때 1학년 건물로 가는 길은 따로 있고 복도로 갈 필요가 없었는데 꿈에서는 복도를 뛰어갔다. 신을 신고 복도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칫했는데, 늦었으니 가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구 뛰었다. 복도에서 어떤 선생을 마주쳤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를 던지고 지나쳤다. 그리고 복도에서 나와 밖으로 나가는 문에 - 고등학교 때 윤리 담당이었던 - 김영철 선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금 놀라 인사를 하자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교실로 갔다. 앞에 가던 녀석을 따라 뛰고 있어서 교실에 들어갈 때에도 하마터면 그 녀석의 반에 들어갈 뻔했다.
문을 열고 반으로 들어갔는데 다행히도 선생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곧 올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꽤나 늦은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괜찮았다, 뭔지 모를 일을 맡은 터라 교만함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 교탁 앞의 두번째 줄 - 내 자리에 갔는데 깜짝 놀랐다. A가 있는 것이다. 내 자리라고 말하자 자기가 앉겠다고 했다. 그래서 엉덩이를 의자에 디밀면서 내가 앉겠다고 했다. 약간 신경질을 내면서 하는 말이, "나 지영이라 싸웠어." 막연히 알고 있었다, 역시 꿈 속이니까. 지영은 A의 단짝 친구이고 복도 쪽 맨 뒷자리에 둘이 함께 앉는다. 그런데 둘이 싸웠으니 같이 앉기가 싫어 내 자리로 온 것이다. 하지만 미리 알린 바도 없고 항상 앉던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에 A보고 자기 자리로 가라고 했다. A는 고집을 부렸고, 서로 의자에 엉덩이를 들이밀며 잠시 있었다. 아마도 이 장면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생각이 든 것 같은데, '내가 한발 물러나야겠다', '내가 잠시 지영이 옆으로 가고 둘이 화해 시키고 내 자리로 돌아가면 되겠다', '내가 지는 것이 나은 것이지', '그냥 화해하면 되지 뭐 그런 것을 가지고'... 그리고 자리를 옮기려는데 선생이 들어왔다. 선생이 A의 편을 들고 나보고 뒤로 가라고 한다. 매일 보는 그 자리의 그 얼굴이 지겹다고 하면서. 그 말을 듣자 자리를 옮기려는 마음이 확 사라졌다. 왼손을 들어 - A가 의자의 왼쪽을 차지 하고 있었다 - A의 머리 뒤에서 머리를 아프게 콱 쥐려는 것처럼 시늉을 했다, 차마 진짜 그렇게 하지는 못 하고.
그리고 잠에서 깼다.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모두 A와 관련된 꿈인 것 같다.
아마도 더 많은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만 기억난다.
요즘 바쁜 일이 있어 거의 뉴스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netscape.com 첫페이지에 달랑 한줄짜리 사건에 대한 설명을 본 것이 전부였다.
거실 지나치며 뉴스에서 보고 들으니, 정말 심각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단지 한줄짜리 설명으로는 부족할래야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정말 큰 사건.
10만여명이라는 숫자도 놀랍지만 - 제작년 유럽에서 화재 때문에 4만여명의 사상자가 났을 때도 놀랐지만 - 그 10만이라는 숫자 안에 들어있는 그 내용은 정말 참담하다. 부디... 눈을 감고 숙연한 마음을 갖는다.
어느 말이 이런게 있다. "시련은 언제나 그가 버틸 수 있는 정도로 온다" 그럴 듯하지만 꼭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성서에 나온 것이라면 낭패).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들에게 이런 말을 쓸 수는 없겠지. 목숨이라도 붙어 있어야 저런 말로 힘을 내라고 위로라고 할텐데...
사는 것에, 비록 힘 들더라도, 감사해야지.
어제 22:30은 충분히 지난 시각. 책을 읽다가 졸음이 쏟아졌다. 자려는 생각은 아니었는데 잠시 누워 있는 동안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23:40정도에 깼다.
자다 일어나서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런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매일 보는 방이지만 언제나처럼, 무심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A가 보고 싶었다. 달리 어떤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곁에 있다가 마침 그 때에 없어 허전한 것도 아니다. 단지 4번 밖에 보지 않았고 - 실제로는 꽤나 긴 시간 동안 연락을 주고 받아 만난 숫자와는 맞지 않게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 이 느낌이 이해할 수 없지만 대단히 강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 곁에 오래있은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진짜 바보인 탓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머니를 보고 싶어서.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셨다. 그 모습을 슬쩍 보고는 거실을 지나 화장실로 갔다. 가볍게 손을 씼었다. 다시 방으로 왔다. 옆에 있는데 왜 어머니가 그리울까? 아마...
조금 있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어제 13:00 쯤 갑자기 연락이 왔다. 하던 일을 맡아 달라는 것이다. 작업할 것에 대해, 작업 환경에 대해 짧게 듣고 돈을 얼마나 받을 지도 제대로 정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좀 미리 연락을 주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면 좋았을텐데. 하다못해 미리 e-mail이라도 주었더라면...
웹 사이트 만드는 일인데, 해야할 양은 많지 않지만 조금 자증나는 일이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남이 하던 것 이어 받는 것은 힘 들다. 이미 만들어진 방식이 어떠했는지 파악해야하고, 그것에 맞추어 일관성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미 만들어진 방식이 좀 엉성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도.
불행히도 이전에 만들어진 부분에 몇가지 오류가 있었고, 부족한 점도 있었다. 그것도 수정해 가면서 새로운 코드도 작성했다. 심지어는 html도 불완전한 부분이 있어 html도 수정해가며 작업했다. html, javascript, php... 열심히 코딩하다보니 시간이 빨리 갔다.
게다가 작업 환경은 셸(shell) 접속도 못하고, 딸랑 ftp로만 해야했다. 덕분에 MS 윈도우즈(Windows)로 부팅(booting)해서 드림위버(DreamWeaver) 설치해서 작업했다. 정말 제한된 환경이었다. 에러는 따로 파일로 출력되어 매번 다운로드 해서 확인해야했고.
일을 하는 내내 두려움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일"인데다가 시간도 촉박하고, 무엇보다 요 근래 웹 작업을 안하고 있었던 터였다. 웹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아예 프로그래밍을 좀 놓고 있었다. 자격증 시험 공부에, 소설에, 거의 책만 보고 있었으니까. 가슴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작업을 했다. 그런 일한 양에 비해 피곤함이 훨씬 많다. 어제 15:00 정도부터 오늘 18:00 정도까지 잠 자는 시간 빼고 계속 했으니... 피곤할만도 하다. 많이 긴장한 탓에 소화도 잘 안 됐다.
아무튼 일을 마치니 홀가분하다. 백수 생활이 길어지니 돈에도 여유가 부족했는데, 다행인 것 같다. 그나저나 백수 생활은 좀 접어야할텐데...
오전까지만해도 조금 버벅거리다가 오후가 되자 머리가 쌩쌩 도는 느낌이 들었다. 좀 쉬어도 오래한 것이라 곧 익숙해지나보다. 저녁 때 되자 긴장도 풀리고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사실 끝이 보였기 때문에...
오랜만에 구식의 html 코드(code)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전용의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를 만났다. 제길...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html3.2 시대의 코드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
html 나온 것을 보니 구식으로, table로 레이아웃 잡아 뒀다. 제일 싫어하는 것... table이 한 페이지에 몇개씩 들어가는지, 원... 도대체 웹 문서를 왜 "문서"라고 생각 하지 않는 것인지... 디자인도 참 그저 그랬다. 문서의 구조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은 단지 보기 좋게 만든 디자인. 왜 웹(web)에 맞게 디자인하지 않는지...
그리고 웹 접근성(web accessiblity)과 웹 이용성(web usablity)은 생각하지 않고 만든 것 같다. 정말 그저 그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작업하기에는 편했다. 모질라(mozilla)는 신경 쓰지 않고 자바스크립트, css 마구마구 쓸 수 있었으니까.
내가 만드는 사이트들은 html4와 css2에 맞추고, javascript 안 쓰고, mozilla와 ie에 맞는 사이트이다보니 좀 디자인이 미약한 것 같다. 원체 디자이너가 아닌 까닭에 예쁘게 치장하는 것은 못 하는데다가, 구조와 호환성에 맞춘 "문서"이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bekrage 웹 사이트도 디자인 좀 해야하는데... 어째 bekrage에는 디자이너가 없담.
좀 부담이 되는 일을 하다보니 많이 피곤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나니 여자친구가 매우 보고 싶어졌다. 낮에 힘들여 일하고/공부하고 저녁이 되어 함께 조용히 편히 쉴 수 있으면 좋을텐데. 힘들여 일헌 것/공부한 것에 대해 잘 했다고 칭찬해 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우린 너무 멀리 있다.
그리고 지난 학기 멀리 있었다. 아마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A는 지난 한 학기 동안 느꼈겠지. 보고 싶다, 아쉽다.
하지만 그것만해도 어디인가. 지금도 외로움에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벽을 긁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겠지.
seven... 일년 선배이지만 대단히 높은 선배인 것 같으면서도 대단히 친한 친구 같은 사람.
1999년 여름 동아리에서 여행을 갔을 때에 많이 친해졌고, 아마도 그 때에 선배가 한 행동은 다소 의도적인 것이었던 것 같지만 친해지기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지도자로서 딱 맞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인 지도자이면서 과업 중심의 지도자이기도한 사람.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아마도 1주일 정도 남았을 때에... 어느 날이었다. 동아리 방에 들어가려는데 열쇠가 없었고, 선배와 단둘이 열쇠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제 3학생회관 3층에서 4층으로 가는 계단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나는 허무한 대학의 여름방학을 느끼고 있었고, 선배는 아마도 연애로 인해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잊기 위해 일을 꾸몄고, 동아리에서 찍은 모든 사진을 스캔하는 일을 시작했다. 그런 기억이 난다.
그리고 1999년 2학기, 선배의 모습은 조금 뜸했다. 연애로 많이 힘들어한 것을 알고 있다. 그 때 선배의 힘든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 주었지만, 나는 그 아픔이 얼마나 되는 지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듣게 되었다. 혼례식 날짜가 잡혔다는 것. 그렇게 지난 일은 지난 일으로... 앞의 일을 앞의 일로...
문자 메시지 백업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특별히 A와의 문자 메시지는 남겨 두었었다. 그러다 요즘 저장 공간이 부족하여 백업을 했다.
#이 이전에 문자 메시지가 여러개 있었는데, 그 때에는 미처 남겨 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재즈 댄스 끝나고 집에 가면서 뭐하냐고 묻기도 하고, 전화해도 되냐고 묻기도 하고... #through the wire 듣고 있다고 하기도 하고, 노래 뭐가 좋다는 얘기도 하고. #만나서 즐거웠다는 얘기도 하고, 보고 싶다는 얘기도 하고, 좋아한다는 얘기도 하고. 8/8 오후 5:33 im so sleepy (-.-)Zzz.. 8/22 오후 8:18 엄마는 옆에서 드 라마봐보는중 난 오빠생각하는중 그리고 백설기말 고 무지개떡 좋아 해 8/23 오전 8:05 오빠 지금즘일어 났겠네 난김포공 항가는중 김포공 항에서 인천공항 갈거야 8/23 오전 8:09 오빠 하늘이 파랐 다 구름도좀 있지 만말이야 8/23 오전 8:29 거짓말 정말열두 시까지 자고싶었 어? 그럼나랑통화 도 못하잔아 8/23 오전 8:35 아침 먹었지 나6 시에일어나서 샤 워하고 준비했어 지금은 인천공항 가는 버스안이야 8/23 오전 8:36 응^^ 오빠 해가나 왔어 8/23 오전 8:39 응 나도 해가그쪽 으로갔으면좋겠다 오빠 버스안이추 워~ 8/23 오전 8:42 그냥가지뭐 그냥 오빠가옆에있었으 면 좋겠다^^ 8/23 오전 8:44 사랑해 오빠... #2004년 8월 23일 미국으로 가는 날. 아침에 문자 메시지 주고 받고, 10:00 즈음에 20분 넘게 통화 했다. #2004년 12월 18일 한 학기가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과 대전 거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한국과 미국 보다는 훨씬. 12/18 오후 9:11 오빠 나 방금 도 착 무지 피곤하다 집에가는중 나중 에 연락하자 12/18 오후 9:44 고마워 잘자오빠 12/18 오전 10:35 뭐해? 12/19 오후 4:14 나 엄마랑 점심/ 저녁 먹을거야 나 중에통화하자 #만나자는 얘기를 하자 반응이 별로였다. 만나기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너 편할 때에 만나자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더니... 12/19 오후 5:19 SO... 그냥다음에 만나는거야? 12/20 오후 3:33 알았어 12/20 오후 9:45 난 지금 집에가는 중 뭐해? 12/20 오후 10:06 응 친구랑 재미있 는하루 보냈어 나 중에 싸이에 올릴 거니까 보러와^^ 12/21 오후 8:35 오빠 오늘 너무 헷갈려 어떻게해? 12/21 오후 8:40 그럼 왜 그런말했 어? 휴... 모르겠 다 12/21 오후 8:42 그런말 하고나서 실수했다고 말하 는 사람이 어딨어 ... 12/22 오후 9:07 오빠뭐해 난집에 가는중 #24일에 국립과학관에 가자고 했다가, 많이 피곤해 할까봐 영화 보는 것으로 바꿨다. 영화 보는 것으로 일정을 바꾼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 둘 다 하는 것으로 생각했나보다. 12/22 오후 9:13 오빠는24일날 하 고싶은것이 만은 것 같다 12/22 오후 9:22 그래 그러자 오빠 지금너무춥다 ㅠ ㅠ #소가 레몬을 먹으면... 소시지. 애기를 해주었다. 12/22 오후10:05 뭐라고하는데? 12/22 오후10:06 아 미안답을보지 안았었어 12/22 오후10:07 ㅎㅎㅎ 오빠 나보 다 우리엄마가 더 웃는다 12/22 오후10:11 내가오늘 시청 광 화문에서 뭐했는 지 싸이에 올려노 을테니까 궁금하 면 보러와 #루미나리에에 갔었다. 12/22 오후11:01 다올렸다^^ 12/23 오후 2:52 오빠뭐해 12/23 오후 2:58 집이야 #바나나가 웃는 것을... 바나나 킥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12/23 오후 3:01 왜 바나나 킥? 12/23 오후 3:02 아...그래 12/23 오후 3:04 곧 나갈꺼야 지금 은 졸리다 #잠시 자고 나가면 어떠냐고 했더니... 12/23 오후 3:07 uh... i dont thin k so 12/23 오후 4:36 응 밖은 마니춥다 12/23 오후 4:42 오빠도 좋은저녁. .. 12/23 오후 8:22 오빠 나 졸려 뭐 해? 12/23 오후 8:48 지금 집으로 걸어 가는중 12/23 오후11:05 자야지...왜? 12/23 오후11:07 오빠도 잘자 #대전와서 만나는 것 너무 부담 갖는 것 같아 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오라고 했다. 12/24 오전 9:20 가벼운마음 어떻 게 가지는건데 가 르쳐줘 친구가방 금 전화해서 만나 자고하네^^; 12/24 오전10:00 미안하긴...나방 금 문자보관함 꽉 차서 다 지웠어^^ 곧 보겠다 오빠 나 만이피곤한데 12/24 오전10:01 오늘하루 즐겁게 해줘 lol 12/24 오전10:27 오빠 나 목막라 물사줘 #물 얼마든지 사주겠다고, 목욕할 만큼도 줄 수 있다고 했다. 농담삼아... 12/24 오전10:30 그럼 나만날때 가 지고와^^ #목욕할 만큼 많은 물 갖고 오라는 줄 알았다. 역시 농담삼아... 12/24 오전10:40 아니 내말은 그만 은물을사달라는게 아니라 지금너무 목이 마르니까 물 한병만사달라고 12/24 오전10:40 그래서 나 만나면 달라고 12/24 오전10:45 고마워 12/24 오후 8:36 글세라...글세라 고 말하다가 끝나 겠다우리는... 12/24 오후 8:38 우리 어떻게뇌는 거야 오빠말대로 해어지는거야? #"내 말대로"는 아니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12/24 오후 8:42 ㅠㅠ
크리스마스라고 하지만, 크리스마스라고 할 수 있는 상태는 못 되는 것 같다. 그냥 휴일이라고 해본다.
생각이 많아 낮잠을 자 봤다. 꿈을 꾸었는데 기억 나지 않는다. 많이 위험한 것이라 강하게 억압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꾸면서 느낀 것들이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마저도 기억나지 않지만.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라고 외쳐 보았지만, 다들 나갔다. 짝이 있다는 것이 그런 것... 혼자 집에서 이것 저것 해봤다.
편지를 받았다. 그나마 위안이 됐다. 밤... 이제 편안해진다.
전화기에서 소리가 났다. 흠칫 놀랐다. 'A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왔을까?' 전력이 약해진 것뿐이었다.
전화를 할까, 문자 메시지를 보낼까... 전화기를 만지작 거리다 말았다. 배터리가 바닥, 이내 꺼졌다. 배터리를 갈아 끼울까 하다 말았다.
그냥 몇가지 생각을 해보다 말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16:02. 하루가 휙 가버린 느낌이다. 빠르네... 허무하게.
가족들 모두 나갔다. 각자 누굴 만난다 어딜 간다 하면서. 홀로 집에서 이런 저런 생각만 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하나...
아침엔 조금 정서적으로 복잡했지만, 집을 나서면서 깨끗하게 정리되고 즐거움, 기대, 기쁨 등 좋은 것만 남았다.
그리고 만나서 내내 즐거웠다. "지극한 즐거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가끔식 스쳐가는 불안감만 제외하고.
역까지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헤어짐"을 생각했는데도 덤덤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서로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도 착각이었나보다. 혹시 맞다면, 아직 준비를 더 해야하나보다. 한참 가고 있는데, 번화가에서 벗어나 조금 어둑한 길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집에 거의 다 왔는데, 들킬까봐 집 주변에서 더 울었다. 집에 들어와 형과 누나가 뭐 먹는 것 옆에서 쳐다 보고 있었다. 왠지 마음이 허전해서. 그러다가 씻으려고 욕실에 갔는데, 또 눈물이 나왔다. 언젠가처럼 세탁기 안에 머리를 넣고 소리도 내지 않고 울었다.
헤어짐에 대한 준비...
서러움도 있다. 좋아하는데 헤어져야한다니, 그래서 더 서럽다. 3.0, 3.5, 4.0, 모르는 점수 하나, 합격 하나... 안 좋은 점수는 나 때문인게 분명하고. 다음 학기도 힘 들 것은 분명하고, 다시 만나게 될 때는 언제일지 확실히 알 수도 없고.
헤어지려는 것은 누구를 위한 누구의 선택인가?
나를 위한 나의 선택? A를 위한 나의 선택? 나와 A를 위한 나의 선택? 내가 먼저 말을 꺼냈지만, A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먼저 꺼낸 말을 번복하고 있다. 그러니 나를 위한 A의 선택, A를 위한 A의 선택, A와 나를 위한 A의 선택도 가능하다.
혹은 "헤어짐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 내가 진정 원하는 선택은 이것이지만, 이것이 가능할까? If we have faith in each other / Then we can be / Strong
믿음이 있으면 강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강함이 이런 공간적인 한계까지 넘어설 수 있을까?
우리가 좀 더 준비된 상태에서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고... 그래야지.
사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싶었는데, 연하장을 샀다. 혹시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게 되면, 해주고 싶은 말을 글로 써서 주고 싶었는데, 다행인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헤어지게 되면, 슬프지 않게, 그리고 앞으로 더욱 잘 되라고 이런 저런 얘기를 글로 조심스럽게 써 주고 싶다. 그리고 기억해달라고는 못 하겠지만 기억하겠다고, 미안하지만 고맙다고, 말 없이 천천히 멀어지지 말고 차라리 진짜 친구 - 헤어지고 말로만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 가 되자고 하고 싶다.
Father Figure
That's All I Wanted
Something special, something sacred -
In your eyes
For just one moment
To be bold and naked
At your side
Sometimes I think that you'll never
Understand me
Maybe this time is forever..
Say it can be
That's all you wanted
Something special, someone sacred -
In your life
Just for one moment
To be warm and naked
At my side
Sometimes I think that you'll never
Understand me
But something tells me together
We'd be happy
(baby)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oh baby)
Put your tiny hand in mine
(I'd love to)
I will be your preacher teacher
(be your daddy)
Anything you have in mind
(it would make me)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very happy)
I have had enough of crime
(please let me)
I will be the one who loves you -
Until the end of time
That's all I wanted
But sometimes love can be mistaken
For a crime
That'sail I wanted
Just to see my baby's
Blue eyed shine
This time I think that my lover
Understands me
If we have faith in each other
Then we can be
Strong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Put your tiny hand in mine
I will be your preacher teacher
Anything you have in mind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I have had enough of crime
I will be the one who toves you
Until the end of time
If you are the desert
I'll be the sea
If you ever hunger -
Hunger for me
Whatever you ask for
That's what i'll be...
So when you remember the ones who have lied
Who said that they cared
But then laughed as you cried
Beautiful darling
Don't think of me
Because all I ever wanted
It's in your eyes baby, baby
And love can't lie. No...
(greet me with the eyes of a child)
(heaven is a kiss and a smile)
Just hold on, hold on
I won't let you go, my baby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Put your tiny hand in mine
I will be your preacher teacher
Anything you have in mind
Will be your father figure
Have had enough of crime
So I am gonna love you)
Until the end of time
Will be your father
Will be your preacher
I'll be your daddy
Will be the one who loves you until the end of time
도서관에 갔다. Anne of Green Gables가 갑자기 슬프게 느껴졌다. 다음 권을 집었다가 다시 놓았다. 그리고 다른 책을 집었다.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의 아르센 뤼팽(Arsène Lupin) 중 첫번째 권을 집었다. 그리고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의 런던 스케치(London Observed: Stories and Sketchies)를 집었다. 저자가 살아온 장소가 상당히 관심을 끌었다. 페르시아에서 태어나 로데지아에서 자라고, 아프리카에서 공부한 사람이라니...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영국... 그리고 런던.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혹시 나의 동경(憧憬)이 있을까.
독일... 베를린. 그곳에서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발가락 때문에 집에 있으려 했는데, 집에 있고 싶지 않아 도서관에 갔다. "어린 왕자"를 찾았다. 어린 왕자와 여우의 이야기를 찾았다. 21번째 장(章)이다. 21일에 보고 싶었던 그 장이 바로 21번째 장이다. 우연이겠지.
21번 장, 그 한 장에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언제나 마음 쓰고 싶은 것, 기원하고 싶은 것이 바로 거기에...
좋아 할 수 밖에 없다.
2004.12.21 12:16(KST) 역이다. 이제 12분 남았다. 역 대기실에 앉으니 평온하다. 집에서 농기 전에는 내내 들 떠 있었는데. 아무튼 좋다. 역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키가 큰 남자를 보았다. 군복을 입고 있고, 옆에 팔에 매달리듣 팔짱을 낀 여자가 있었다. 내 바지를 보니 유난히 길어보인다.
12:22 타러 간다.
12:33 탔다. 옆에 노인분이 있다. 자리에 와 통로 쪽에 앚은 사람에게 "제 자리인데요"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내 자리는 창가 쪽이다. 민망했다.
출발한다. 기차가 원래 이랬던가? 스르륵 미끄러져 나간다. 원래 이렇게 기차가 부드럽게 움직였던가하고 스스로 물어볼 정도로 오랜만에 기차를 타 본다. A를 못 본 만큼, 딱 그 만큼만에 기차를 탔다.
갑자기 "어린 왕자"의, 어린 왕자와 여우의 이야기 부분을 읽고 싶다. 지금 이 느낌에서 읽으면 참 새로울 것 같다.
만남... 많은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단 둘이 하는 생일 파티, 특별히 만든 생일 케익... 어린 왕자와 여우를 생각하니 내가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단지 만나는 것으로도 큰 욕심을 채우는 것 같다. 감사해야겠다.
만난다. 내가 A를 만난다. A가 나를 만나준다. 이보다 더 큰 고마움이...
A와 A...
12:45
07:20에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초침이 천천히 움직인다. 단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만.
시계를 보면서 한 20초 쯤 지났을까. 갑자기 두려움이 느껴졌다. 연락을 할까? 전화를 할까? 문자 메시지를 보낼까? 몇시 쯤 일어날까? 언제 연락할까? 연락이 올까? 연락이 온다면 시계의 초침에게도 감사해야지.
도서관에 가려고 보니, 발가락 때문에 안 되겠다. 어제 많이 걷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인지 엄지 발가락 한쪽이 조금 부었다. 아님 어디에 부딛혔나. 집에서 공부해야겠다.
발가락이 아프니 약수 떠오는 것도 건너뛰고 산에 가는 것도...
친구한테 편지 쓰고, 시간 봐서 A에게 연락하고, 나머지는 명상하고, 공부해야겠다. 마침 명상이 많이 필요한 것 같은데, 발가락이 아프니 딱 맞는 것 같다.
밤새 여러번 깼다. 꿈도 여러번 꾸었다. 잠에서 여러번 깨는 바람에 꿈이 여러개 기억난다. 그리고 잠에서 깨는 바람에 그간 궁금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밤 자는 동안 웃옷의 첫번째 단추를 푸는 사람, 바로 나였다. 어머니이거나 자연히 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나였다.
기억나는 꿈은 두개인데, 하나는 A와 눈밭에서 있는 것이었다. 내내 눈이 올 때에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꿈에 나타났나보다. 소망충족의 꿈인가보다. 내용은 별로 없었다.
또 다른 꿈은 이야기가 잘 맞아들어가는 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녹색옷을 입고 있다. 아무래도 그곳에서는 다들 그렇게 입나보다. 탁자가 있고, 간단히 조리대를 만들어 놓은 것인가보다. 어떤 남자가 사과를 쪼개고 있다. 옆에 칼이 놓여 있는데, 칼을 쓰지 않고 손으로 쪼개고 있었다. 사과의 꼭지 부분에 엄지 손가락 두개를 넣어 단단히 잡고 힘으로 쪼갰다. 헌데, 사과가 어찌나 안 쪼개 지는 지 그 사람의 얼굴이 빨개졌다.
꿈의 장면에서 시선은 사과를 쪼개는 사람의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헌데, 좀 이상한 것은 그 꿈에 내가 없었다. 사과를 쪼개는 사람의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이 나일 것 같은데, 그런 느낌은 없었다. 아무튼 그 사람이 지나가면서 사과를 쪼개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왜 사과를 쪼개고 있지?' 하지만 말로 하지는 않았다. 쪼갠 사과를 담아 놓은 통 옆으로 가더니 두 조각이 된 사과를 찾았다. 그리고 사과의 잘린 면을 잘 맞추었다. 손으로 쪼갠 것이라 잘린 면이 잘 들어맞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사과를 양쪽에서 단단히 눌렀다. 그러자 사과가 붙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신기한데, 꿈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사과를 쪼개고, 붙이고 그랬다.
지나가는 사람들 여럿이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리고 갔다.
사과를 쪼개던 사람이 갔다. 사과를 모두 쪼갰나보다. 통에는 쪼개진 사과가 가득했다. 쪼개진 사과를 한참 동안 붙였다. 땀이 흐르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 장면이 서서히 멀어지더니 마치 영화관 화면처럼 사각형의 틀에 맞춰졌다. 그리고 주위가 어두웠고 영화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깼다.
이 꿈은 두가지로 생각된다.
근래에 아무래도 생기가 부족했나보다.
자꾸 자기 부정을 하고, 자기 연민에 빠지고, 타성(매너리즘, mannerism,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것)에 허우적대고 있었나보다. 스스로 약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의존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오늘 마음 속에서 커더란 의지를 찾았다. 그 의지로 더욱 성장하리라.
실패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2004-03-12 상담실습相談實習, 심리치료실습心理治療實習, 이형초 교수
하지만 그런 마음을 버리련다. 실패하지 않겠다.
물어왔다. 대답했다.
생선의 가시만 보고 생선 전체를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유학생이고, 멀리 있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다. 돌아오는 말은 예상과는 다른...
"그게 왜 힘든데요?"
소설을 보면 그 안에 수많은 감정이 반영된다. 하지만, 소설을 보지 않고, "한 남자가 죽었는데, 그를 사랑했지만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그가 죽은 뒤에 그 사람도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게 돼요"라고 뼈만 추려서 들었다고 하면, 그 소설이 무슨 재미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이야기를 그 사람이 들으면 그게 왜 문제가 되는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멀리 있다는 것... 힘든 것이다. 지난 4개월, 힘들었다. 그랬다고 기억한다. 다시 또 멀리 있는 시간이 되면? 모르겠다. 또 힘들까? 정말 또 힘들까?
실수했다. 하지 말았어야했는데. 후회한다.
시간이 조금 흘러 갑자기 불안함이 상대편에게서 느껴졌다. '같은 마음일까?' 결국 먼저 말했다. 한국 오고, 만나자고 했는데, 그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아, 마음이 바뀌었나보다하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확실히 말해주어서 좋았다, 내일 만나자고.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런 말 할 생각이 쏙 들어가 버렸다. 아침엔 오직 만날 생각에 잔뜩 들떠 있었다.
하지만 해 놓고 보니, 그건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아니었다. 아마 상대편이 하고 싶어하는 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내가 말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도 그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말 하고 보니 느껴졌다. 흔히 하는 말로,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아무래도 그 말에 마음이 많이 상했던가보다. 그 말에 마음이 저 멀리 넘어가는 것 같았다. 혹 정말 가버리는 것인가 했다.
반지를 꺼냈다. 사실, 혹시라도 내가 듣게 되면 힘 들게 하지 말고 미련 없이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갖고 갔던 것인데... 반지를 보자 반가워했다. 그 손에 반지를 보았다. 그 순간, '정말 아니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무언가 전혀 다른 것을 느꼈다. 갑자기 충격적이었다. 마치 머리를 무엇에 강하게 부딛히는 순간에 눈 앞의 장면이 기억에 확 박혀버리듯이, 그 손의 반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손의 반지는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다. 이 손의 반지,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바였던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 갈팡질팡 하던 마음이 확 바뀌었다. '절대 안 된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혹시 반지 마저 주었다면, 아마도 완전한 포기를 의미했을 것이다. 줄 수 없었다.
2004.08.19 그 날도 기차 안에서 반지를 보았다. 그리고 한 없이 기뻤다.
2004.12.21 또 반지를 보며 기차 안에 있었다. 반지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더욱 강하게 나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 지 느꼈다. 그리고 확신을 갖는다. 진정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을 발견한 것 같다. 마음 속에 커다랗고 굳건한 덩어리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두려움이나 힘겨움이 아니다. 커다란 힘이며 얼마든지 의지(意志)가 될 수 있는 강한 마음의 한 부분이다.
2001.01.02 학군단을 포기하고 나의 삶의 큰 방향이 바뀌었다.
2004.12.21 내 삶이라는 집을 짓기에 필요한 커다랗고 튼튼한 주춧돌을 찾은 것 같다.
목욕탕에 갔다. 아침에 공부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혼잡해서 거의 하지 못했다. 머리 속까지 쉴 생각으로 목욕탕으로 갔다. 집에서 짧게 하는 샤워(shower)와는 다른, 느긋한 시간을 갖고 싶었다.
탕에 들어갔다. 물이 조금 뜨거웠지만 좋았다. 한 15분... 혹은 20분... 또는 그 이상... 사실 시계를 보지 않아, 마음을 곤두세우지 않아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 지 잘 몰랐다.
탕에 앉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 그냥 눈 앞에 움직이는 것을 따라 시선을 이동해 보기도 하고 숨을 천천히 쉬어 보기도 하고 목욕탕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다.
탕에서 나와 씼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다들 씼고 있다. 어쩌면 그냥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있고 싶었던 것인 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냥 뭔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곳에 있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다. 집에서 혼자 해도 되지만, 도서관에 가거나 목욕탕에 가거나 하는 것은...
아무튼 좋았다,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다. 힘도 나고.
사람들의 몸을 보았다. 누구나 몸을 가지고 있다. 그 몸에서 정신이 나오고, 몸을 통해 만족되고 또 고통받는다. 몸을 통해 지각하고 몸을 통해 탐구한다. 그리고 몸을 지각하고 몸을 움직인다.
나도 몸을 가지고 있다. 이 몸에서 '나'라는 생각(혹은 집착)을 갖고 있다. 불교에서 그러한 몸을 통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했지만, 그것은 허망한 것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런 집착을 버리고 열반에 이르는 것은 환상일 지도 모른다. 몸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그 전에 몸 없는 동물, 생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보다도 세상 어느 것이라도 구성물 없이 존재하는 것이 있던가. 물질에서 존재가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큰 꿈 - 열반 - 은 환상일 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나체를 보았다. 나체에서 참 생생함을 느꼈다. 푸줏간의 붉은 고기를 보면서 느끼는 신선함이 같은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그런 생생함을 느꼈다. 옷을 입은 상태에서는 느끼기 힘든, 자연스럽고 탱탱한 모습을 보았다.
마치 그 뽀오얀 피부에서 황금빛 광채라도 나올 것 같았다. 어린 아이들의 연한 피부는 물론이고 나이 들어 주름이 많은 그 몸에서도 생명력이 느껴졌다. 몸에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으니까. 그리고 나체에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목욕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천 수만년 동안 인류가 이어져왔다. 그리고 살다 돌아간 많은 사람이 있다. 지금 나도 살고 있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한 몸도 살아가고자 한다. 힘 있게, 아주 힘 있게 살고자 한다.
갑자기 사진을 보고 싶어서 옛날 사진이 들어있는 앨범을 펼쳤다. 앨범을 바꾸면서 사진을 아무렇게나 꼽아 두었나보다. 사진이 시간 순서, 사건 순서로 연결되지 않고 마구 섞여있다.
우연인지, 첫장에 부모님 젊었을 때 - 아마도 혼례식 때 - 찍은 사진이 있고 그 옆에 형이 대학 졸업할 때에 찍은 사진이 있다. 첫장을 보는 첫눈에, 아버지와 형의 얼굴이 정말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전엔 그다지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많이 닮았다. 형도 나도 귀는 어머니를 닮았지만, 그리고 나는 그다지 아버지와 인상이 비슷하지 않지만, 형은 정말 아버지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
사진 속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사진에서는 별로 닮아 보이지 않지만 외할머니 젊으셨을 때의 모습은 어머니와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 아들, 혈육, 유전...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와 찍은 일련(一連, series?)의 사진들. 사진 속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습다. 나는 외투에 달린 모자를 쓰려고 했는데, 어머니는 그게 싫으셨나보다. 마치 머리채를 붙잡고 당기는 것처럼 모자를 벗기셨다. 머리 안 감아서 일부러 가리려고 했던 것인데... 사진 보니 그냥 웃음만 난다. 사실 좀 어리버리하고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찍어야 재미있는 것 같다, 사진은.
아버지 사진은 좀 느낌이 다르다. 사진 중에 불교와 관련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진이 있다. 언젠가 들은 말로는 아버지께서 한 때 절에서 공부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내 기억으론 그다지 불교 신자 아니신데. 불경을 가끔 생각 날 때에나 듣는 정도이다.
아무튼 묘한 느낌이 든다.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까? 사실 특별히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없다. 별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데, 단지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세번째 만나는데, 거창하게 뭘 하고 싶은 것은 없고 일단 만날 생각이다. 만나면, 할 것... 뭐, 영화 보기, 돌아다니기, 구경하기, 어디 가볍게 전시회를 찾아가는 것도 좋겠고, 뭐 할 것이야 찾으면 많겠지만 - 그간 해 본 것이 없으니까 - 만나면 딱히 하고 싶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만나면 어디 좀 자리를 잡고, 얼굴 좀 봐야지. 옆에 있다는 느낌도 충분히 느껴보고.
기대는 별로 없는데, 요구는 확실히 있다. 분명히 하나가 있는데, 만나고 함께 있고 얼굴 보고 그러는 것. 그간 정말 보고 싶었는데 못 보았으니까 아마 만나면 대단히 반가울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옆에 있다는 함께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즐겨야지. 같은 공간에, 적어도 내 시선이 닿을 수 있고 내가 조금 움직이면 가까이 있을 수 있고 둘러싼 경계가 나뉘어져 있지 않는 공간에 함께 있어야지. 함께 있고 싶다는 것이 지금 떠오르는 분명한 하나의 요구이다.
또 뭐가 있나. 아마 준비한 선물 주고 싶은 마음. 그런데 이것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비하면 좀 많이 약하다. 꼭 여름 한낮의 밝은 햇빛 아래에서 손전등을 켠 것 만큼이나.
함께 있는다는 것... 8월 14일, 8월 19일... 그리고 12월 21일. 거의 넉달만에.
생각해보니 함께 있고 싶다는 요구, 함께 있을 것에 대한 기대가 함께 있다. 그리고 함께 있고 싶다는 요구가 큰만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것을 지금 글을 쓰면서 느꼈다. 함께 있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더라... 사실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대단히 심각하게 좋았다는 것만 기억난다. 만나보면 알겠지. :-D
내내 왜 웃고 있을까? 답은 당연히 "좋으니까" 정도. 왜 이리 좋지? 그간 많이 보고 싶었다. 보고 싶어하는 대상이 있다. 하지만 볼 수 없었다. 이제 볼 수 있다. 보고 싶은 욕구(요구)가 크게 있고, 보는 것이 허락 되고(보고 싶어 하는 대상이 원수의 딸이라거나 감히 넘 볼 수 없는 높은 신분이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여자친구) 보는 것이 가능해야 보는 것인데, 그간 멀리 있어 불가능했다. 이제 가능해졌다. 얼마 지나면 불가능해지겠지만. 그 문제는 일단 뒤로하고.
욕구, 허락, 가능... 만나는 것만 남았다. 웃음...
제과점에 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만들지 않았다한다. 하긴 내일 아침에 만들 계획이었겠지, 계획만 미리 해두고. 그래야 신선하고 좋을테니. 아무튼 취소했다. 아쉬웠다.
취소해서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고, 뭔가 맛 있는 것을 먹고 기분도 좋아지고 싶어서 빵을 샀다. 크로켓(croquette, 고로케)을 두개 사고, 그 외에 몇개 더 샀다. 크로켓을 좋아하는 터라 제과점에 가면 항상 빠뜨리지 않고 사는 것 같다.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 분명 다행스러운 것이다 - 선물로 주려고 산 것은 환불하지 않았다. 언제 만날 지 알 수 없었다면 환불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과연 선물로 줘도 되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선물은 정말 필요한 것을 주거나 기분 좋게 만들 무엇을 주거나 갖고 싶어도 부담이 되어서 못 사는 고급 제품 같은 경우가 있을 것 같다. 필요한 것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고 선물 받으면 으레 기분 좋아지는 것이니 딱히 좋은 분류는 아니지만 그냥 인상이 그렇다.
아마도 세번째 경우가 될텐데 당장, 매일 쓰는 그런 것이 아니라 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오래 쓰게 될테고,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뭐, 좋겠지.
선물은 아무래도 주는 사람 위주인가보다. 주는 사람이 주고 싶으니까 주는 것, 받는 사람이 받고 싶어해서 주는 것, 그 두가지가 모두 충족된다면 좋을텐데.
자, 내일... 내일이 점점 다가 오는구나.
라빠르망(L'apartment), 냉정과 열정 사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세 영화 모두 남녀 사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 성교에 대한 내용 때문에 나에게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남녀의 맞아들어가면서도 어긋나는 애절한 이야기를 -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코믹의 요소 때문에 그런 느낌이 좀 덜하지만 - 잘 담았다. 그런데 성교에 대한 것 때문에 꼬이고 또 꼬이는 그런 것이 영 눈에 당치 않다.
그런 내용을 넣어야 더 극(劇)적이 된다고 한다면 좀 별로다. 혹은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사실감 있게 그렇게 해야한다면 그래도 싫다. 하긴 뭐 다른 문화이긴 하니까(라고 해도).
뭐 영화, 극, 소설을 가지고 정말 그런가라고 묻는 것은 좀 우습지만, 여러 사람을 좋아하고 싶을까? (좋아하는 것이 잘 못된 추측이라면) 성교까지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싶을까? 시장에 가서 상점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수박 맛을 보고 고르는 것과는 다른 것일텐데.
"나는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이고, 생물이고, 존재이다"라는 생각을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이성) 관계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것 이전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것이다"라는 생각을 강조한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따로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분리해서 생각해본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면밀히 탐구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뺀다면 모래 위에 누각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심, 존중, 배려 그런 것이 있고, 성적인 관심, 존중, 배려 그런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성적인 것이 두드러지더라도 바탕엔 인간적인 것들이 바탕이 되어있어야할 것이다.
영화에서 다니엘 클래버(Daniel Claever)는 - 혹은 브리짓 존스의 어머니도 - 인간적으로 지킬 것들을 져 버린다. 그 내용이 성적인 것이지만 그것은 단지 성적인 배반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지킬 것들에 대한 배반이기도 하다. 마치 가장 친한 친구를 속이는 것처럼. 그것이 더욱 큰 문제일 것이다.
다니엘 클래버(Daniel Claever)는 그다지 영리해 보이지 않는다(not clever). 그 이름에서 a를 빼어서 Anne Shirley에게 주면 좋을텐데. Anna Shirley 정도... Anne이 낫군. 아, 이런 소리 하면 Ann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화를 낼까.
극 중의 인물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초등학교 때에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마구 들긴 하지만...
브리짓 존스에게...
운동을 하고, 살을 빼고,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 좋아보였어요.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강해져야하는 것... 강해진다는 것은 꼭, 예뻐져서 남의 사람을 빼앗거나 의도에 없는 사람을 홀리거나 돈으로 사려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자신을 주체할 수 있고 나아가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것. 유학에서도 말하지만, 자신을 먼저 다스리고 그 이후에 타인에게 나아가야겠죠.
사랑 받는 것에 집착해서 누가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해줄까 그것에만 붙잡혀 있지 말고, 내가 끈기있게 기다리고 끈임없는 관심, 존중, 배려를 할 수 있는가를 돌아봐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상대방도 나를 좋아해야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뭐 이야기에서는 다니엘 클래버가 문제 덩어리일 뿐이지만. 그 사람 없었으면 마크 다시(Mark Darcy)하고 처음부터 잘 되었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자아(自我, Ego)가 약한 사람" 술 마시는 것, 담배 피우는 것, 말을 가리지 못하고 마구 내 뱉는 것... 그런 점에서.
2편 나왔죠. 2편에서 행복한 모습 보고 싶네요. 어, 어, 돈도 없는데 극장으로 얼른 오라고 손짓하시면 안 되죠. 아마도 나중에 비디오로 나오고 오래된 영화로 분류 되어서 대여료 500원에 대여기간 7박 8일 될 때 쯤에나 볼거예요. 하하.
상담 심리학 교제에 한 장(章)의 제목이 "전문가/인간으로서의 싱싱함"...
싱싱함?! 싱싱하다는 말은 늘상 채소나 생선 같은 것에만 써서 처음 이 제목을 보았을 때에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싱싱함... 이 말은 참 잘 어울린다. 활기(活氣)나 활기참 같은 말을 써도 의미는 통하겠지만 느낌이 좀 별로다.
요즘 인간으로서의 싱싱함을 조금 잃은 것 같다.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만나고 싶은데... 그리고 돈도 조금 부족하다. 시간은 계속해서 가는 것을 느끼고, 정체되어있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누구를 만나도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것은 막기 어렵다. 근래에 인간관계가 많이 축소된 것 같다. 밖에 나가는 경우가 줄어드니 당연할 수 밖에. 그리고 공부하는 것에도 조금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몇가지에 때문에 싱싱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싱싱함을 유지하고 싶다. 싱싱함을 유지할 때에 하고자 하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 대체로 정서적으로 - 줄 것이 생길 테니. 그리고 또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을테니.
우선 사회적인 관계에서 지지를 받고 싶다. 이건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차 한잔 마시자고 하고...
공부는 21:30 ~ 23:00까지 모든 것을 차단하고 집중해서 하자. 아, 오늘 밤에 비디오 빌려서 보기로 했는데... 내일 봐야겠다. 그리고 목표를 가지자. 그 안에서 흥미거리를 찾자.
정서적으로 침체된 것은... 초콜렛이 들어있는 쿠키를 좀 사다 먹어보자.
무엇보다 스스로 능동적 주체(主體)임을 잊지 말자. 원하는 것을 만들고, 원하는 것을 구하여 스스로 활발하게 만들자. 다만 얻는 것에 집착하지는 말자.
이러면 좀 나아지겠지.
팔레스타인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도큐멘터리(documentary)를 보았다. 제목은 "자살특공대원의 진실"으로 나왔는데, 원제는 Inside the minds of suicide bombers였던 것 같다. 다는 못 보고 뒷부분만 본 것 같다.
죽이고 죽고...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할텐데.
안 좋은 감정 상태였던 탓일까. 그 도큐멘터리가 인상적이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저 아이들도 크면서 내가 겪은 - 혹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겪은 - 그런 고통들을 겪겠지. 물론 고통만이 있을 것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그리고 그 자신들은 그것을 고통이라고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산다는 것이 당연히 서로 부대끼며 사는 것이겠지만, 누구에게 이익이 있으면 누구에게는 피해가 있는게 흔한 것이지만... 이제는 그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 하지만.
사회주의자가 - 특히 공상적 사회주의라는 낮은 이름으로 불린 사회주의자 - 원시 공동사회가 행복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닐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생각은 정말 말 그대로 환상이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류를 볼 때에.
거실을 지나면서 하이에나 무리의 생활에 대한 도큐멘터리를 보았다. 대단히 평온해 보였다. 적어도 하이에나끼리는 싸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2004-12-19 18:00 이 시각 지금의 감정 상태는 되게 복잡하다. 비유를 할만한 것을 찾지 못하겠다. 좋은 감정과 안 좋은 감정이 이것 저것 뒤섞여서, 꼭 음식 찌꺼기를 담?놓은 통 같다. 비빔밥이나 그런 것으로 비교하기에는 너무 혼연하고,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과 섞여있어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16:20 정도, 전화가 왔다. 도서관에 있었는데 전화기를 들고 밖에 나갔다. '벌써 밥을 다 먹었나'라고 생각하며, 기대를 하고 약간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는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카메라를 판다는 사람이다. 반품을 안 받겠단다. 그러면서 목 소리를 높이고 화를 냈다. 혼자 쉬지 않고 얘기 하더니 끊는다.
그러고 나서야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전화 받기 전에, Anne of Green Gables를 오늘 반납해야해서 빠르게 읽고 있었다. 마침 읽는 부분이 "퀸즈 아카데미 입학(A Queen's Girl)"이었다.
문제는 책에 몰두해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이완되었고, 그런 상태에서 뭐라고 반격할 수가 없었다. 무진장 당한 느낌이 들었다.
평안 120%에서 자증 120%로 추락한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할까... 왼쪽 귀에 큰소리에 대한 느낌이 남아있다. 꼭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다.
화가 나는데... 다스려야지.
갑자기 전화기가, 전화기를 갖고 있다는게 싫어졌다. 이런 녀석과 통화하려고 갖고 있는 전화기가 아닌데...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참 싫어졌다.
전화가 왔다. '또 무슨 전화지'라고 생각하며 밖에 나갔다. 통화를 하고 즐거웠다. 훨씬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가까우니까 그렇겠지만.
그 전에 전화가 왔다. 짧게 끊고 다시 전화하려는데 문자가 왔다. 그냥 좀 아쉬웠다.
16:00에서 17:00 사이에 감정의 변화가 대단히 심했다. 참 이상하다.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를 느끼니 감정이 마구 뒤엉킨 것 같다. 꼭 아무렇게나 뭉쳐 있는 오디오 테입 같은 느낌?
전화... 오늘 여러가지 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아침에 친구가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크리스마스 얘기를 자꾸 해서 "나는 크리스챤이 아니다"라고 핑계/자위를 했던 것 빼고 좋았다. '이 친구가 여전히 나를 기억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또 오랜만에 목소리 들어서 반가웠다. 편지에 답장을 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르는데. 뭐, 아무튼.
크리스마스 전날에 영화 같이 보자고 친구가 그런다. 여자친구랑 단 둘이 노는게 지쳤다고. 망할 자식... 강도 120%의 염장을 지른다. 어떡할까 하다가 여자친구랑 시간 맞춰봐야겠다는 생각하고 거절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후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방학 했는 지 물었다.
여자친구에게서 문자 여러번 주고 받았다. 언제 만날까... 21일에 만나면 좋겠는데, 미리 기차표를 사둘걸... 쩝, 뭐 전날에 사도 표는 있겠지. 설마 평일에 자리 없겠어.
친구가 연말의 유흥을 위해 알바를 한다고 한다. 그 얘기 듣고 조금 우습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나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슬쩍 웃어본다.
하루에 보통 전화를 얼마나 받을까? 전화가 많이 오는 편은 아니었지만 근래에는 더욱 적은 것 같다. 하긴 만나는 일이 줄어드니 전화도 줄어들겠지.
그러다 오늘은 웬 일인가. 전화에서 좋은 느낌도 많은데, 오늘은 안 좋은 느낌도 좀 섞였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반대되는 것이다.
외모에 대한 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외모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외모에 대한 것을 더욱 강조하면서, 외모와 관련된 것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되어 생각을 그 쪽으로 더 이끎으로써.
예를 들면, 만나서 인사를 할 때에 외모에 대해 한번 짚어 주는 것, TV에 패션쇼 프로그램의 시간이 많아진 것... 그런 것을 줄이기 위해서 오히려 그런 행동을 제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에 대해 칭찬한 것을 후회한다. 외모에 대해 칭찬하지 말아야지. 헌데 조금 놀랐다. 정말로 "예쁘다"고 느끼고 있다. 전에 예쁘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때에는 스스로 못 생겼다고 해서 예쁘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칭찬은 아니었다. 새삼 오늘 다시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정말 예쁘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칭찬을 했다.
뭔가 미묘하다. 기분 좋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하지만 외모에 대해 칭찬한 것은 스스로 약속을 깬 것 같아 별로다.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포마이커 책상을 사 준 것을 지금 후회 하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수필, 이어령의 삶의 광택.
"나는 후회한다. 너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한 것을 지금 후회하고 있다."라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나의, 나만의 삶의 광택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예뻐 보이는 것, 그것이 나의 삶의 광택.
아, 12월 18일... 그 날이 오긴 오는구나. 설레이는 마음, 조금 떨린다.
8월 23일. 그 후로 거의 4개월... 그 때에는 "언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이번 겨울에 보게 될 것 알고 참 기뻤는데,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튼 때가 되었다. 좋다.
두렵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마냥 좋고 싶다.
많이 생각하지 말아야지. 일단 흐르는 대로...
채팅을 하는데, 다른 사람이 메시지를 보낸다 했다.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보다 물리적으로 더 가까이 있는 사람...
그냥 마음만 휑했다. 멀리 있는 내가 차마 막을 수 없는 것이지.
'아, 우리 사회의 10대 여자라는 층은...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남자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남자에 대한 느낌은... 그냥 친할 수록 그 녀석에게 뱉어 낼 수 있는 욕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 성과 관련된 매체 - 흔히 포르노그라피(pornography) - 돌려 볼 수 있는 녀석들, 그냥 덤덤하게 가까이, 좋아한다라는 말이 이 생물에게도 쓰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적인 수준, 토닥토닥에서 퍽, 으악까지의 다양한 행동과 반응...
음, 사랑... 이라는 말을 친구한테 쓸 수 있었을까? 일단 우웩... 구토를 심하게 한번 하고 생각해 보아야겠다. 대뇌에서 판단할 것도 없이 척수 반사로 손가락이 움직인다, "절대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라고 쓰도록. 그렇다, 전혀 판단할 필요 없이, 물에 빠져 팔을 허우적 거리는 것만큼이나 다급하고 즉각적으로 "아니다"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만큼 확실히 "아니다".
아쉽다. 요즘 새로 생기는 학교는 남녀 공학이던데. 조금만 늦게 태어났거나, 새로 생긴 학교에 다녔다면 중고등학교 시절은 6829349682349배 더 즐거웠을텐데. 중학교에서 하루 한번은 빠지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싸움 구경 - 고등학교에서는 별로 못 봤다. 칼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으니 - , 고등학교에서 2000명 가까이 되는 학생 중에 문학부 인원이 20명이 안 되었던 것 - 난 문학부가 아니었으니 크게 상관 없지만 - 이 크게 달라졌을텐데.
그리고 요즘은 시립 도서관에 님녀 고등학생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이성친구 있는 친구들은 완전히 노는 녀석들이거나 아주 특별한 경우 뿐이었는데. 하긴 이성 교제가 흔했더라도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이성 친구를 사귀었을 가능성은 없으니 오히려 감사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누가 말한 것처럼, "늦게 태어나는게 좋다."
소녀... 소리 내어 말해본다. 갑자기 누가 들을까봐 무서워진다. 왜이리 두려울까. 아마도 소녀, 10대 여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심해야하는 그런 느낌이 막연하게 있다.
그러고 보니 소녀... 소년으로서 가지고 있는 소녀에 대한 어떤 느낌 같은 것이 없다. 어릴 적 누나 또래에 대한 기억이 조금 있고, 그냥 친절하게 잘 대해주고 깔깔 거리면서 활발했던... 그런 것 뿐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갖고 있는 느낌은 막연히 교복이 무지 예쁘다는 것. 학교 다닐 때에는 여학생 교복이 참 그저 그랬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중고등학교 때에 갖고 있던 여중고생에 대한 느낌... 왜 없을까?
당연한가?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
아쉽지만 인정해야하는 사실, 충남대학교의 축제는 정말 재미없다. 99년 입학했을 때부터 선배들이 축제 때에 "점점 볼게 없어진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실감했다. 그냥 그저 그런 단순한 소비만 하니까. 주점은 어디나 같은 것이고, 있는 것이라곤 풍선 터트리기, 뭐 경품 걸고 하는 것... 그런 것들, 다분히 소모적인 것들... 그리고 누구 유명한 사람 오는 것 정도.
내가 축제에 열성적으로 참신한 것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죄가 안 된다. 나는 당연 예외. 그건 그렇다 치고, 베스킨 라벤스 only 1(베스킨 라벤스 31을 빗대어서)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신선한 것도 없고. 하긴 그것도 한참 전에 나온 것이구나.
헌데 대전의 대학교 축제들은 다 그저 그렇다. 아무래도 대전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전은, 대전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은, 대전 사람들은 양반이라 어디 나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공연이 있어도 다른 곳에서 흥한 것들이 대전에서는 망하고, 축제는 있긴 있다고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고.
예전엔 시민회관이 있어 그곳에서 공연 같은 것을 가끔 하곤 했는데, 그 이후로 대학교에 큰 장소가 생겨 - 예를 들면 대전대학교나 그런 학교 - 좀 하는 것 같더니 별 것 없다. 그리고 충남대에 김밥 할머니가 기증하신 거금으로 정심화 국제 문화 회관을 지었는데, 매년 적자라지.
공연하러 왔다가 누구나 울며 돌아가는 대전...
예전에 정치 가르치던 - 원래는 정치선생이 아니었는데 - 황경익 선생이 그랬지. "어디 가서 누가 어디에서 왔냐고 하면 저 충청돈디유라고 하세요.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가요."
뭐 축제가 무지 특출난 것은 아니지만, 아무렴 어떠랴. 축제라는 이름에 교수님 꼬득여서 수업 짧게 하고 교수님 사주시는 술 마시면서 학우들과 여유로운 시간 갖는 것이 얼마냐.
99년에는, 1학년, 학부라 교양 수업 위주여서 술 마실 교수가 없었고, 그냥 휴강이었으니까. 2000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서창원 교수. 2002년에는 축제에 친구들과 사진만 찍었고, 2003년에는 아쉽게도 친구들하고만 마셨다. 2004년에는 이형초 강사가 무지 맛 있는 술 샀지. 후후
아, 이제 졸업생신세구만. 수업 들어가서 휴강하고 술 마시자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나중에 후배들과 술 마시는 것은 할 수 있겠지. 교수님한테 축제니까 술 마시자고 하면 시큰둥하시려나. 후후
학교...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립네. 어제도 갔다 왔지만.
앤 셜리(Anne Shirley)는 기하학을 잘 못한다고 한다. 갑자기 중학교 시절이 생각 났다.
중학교 때에, 수학을 꽤 잘했다. 1학년 때엔 새 학교에 입학하면서 별로 공부에 열성적이지 않아서 성적도 그리 높지 않았다. 2학년 때에는 조금 맞아가면서 열심히 해서 상위권이었고, 3학년에는 고등학교 진학에 눈이 트여 열심히 했기에 상위권이었다.
2학년 때 수학선생이 기억난다. 짝이었던 녀석이 1학년 때 그 수학선생에게 많이 맞았다면서 겁을 주었다. 난 별 신경쓰지 않았지만 - 나의 1학년 때 수학선생은 나이 든 남자선생이었는데 좋은 편이었다. 한번은 상용이라는 말을 가지고 常用이라고 해석하면서 "항상 쓴다는 말인데... 상용 로그... 뭐 그런..."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또 내가 잠시 딴 생각을 하면서 멍하게 한 곳을 보고 있을 때 뭐하냐고 물었고 아무 것도 안 한다고 대답하자, "잠시 죽었던 것이네, 아무 생각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 신경 쓰게 되었다. 시험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면 마구 때렸으니까. 결국 2학년 말에 수학 성적은 최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합 고사 모의 시험에서 수학에서 2문제 틀렸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연합 고사에서는 1문제 틀렸던가.
3학년 때 수학 선생은 막 부임한, 혹은 부임한 지 1, 2년 된 젊은 여자선생이었다. 이화여대 근처에 "바보들의 언덕"이라는 곳 - 남학생들이 꽃을 들고 이화여대 학생들을 기다리는 곳이어서 - 이 있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화여대에서 공부했었나보다. 그 선생님에게서 참 친절하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상당히 나를 믿어주었던 것 같다. 한번은 수학문제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풀고 있었는데, 그런 방식이 잘 못 되었다고 지적하지 않고, 내가 "이렇게 풀면 더 쉽게 풀릴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한 것을 "그래, 한번 시도해봐. 좋은 방법 찾으면 나도 알려주고"라고 받아주었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서 기하학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 배운 것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해서 확실한 지는 모르겠지만.
2학년 때에는 삼각형, 사각형에 대해서 배웠던 것이 참 강하게 남아있다. 3학년 때에는 원, 원과 삼각형을 참 잘 배웠다. 기하학에서 다각형과 원에 대한 부분은 내가 참 좋아했던 부분이다.
어제 도서관에 갔을 때에 기하학에 대한 책을 잠시 찾아봤다. 중학교 수준에서 배운 것들은 단지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그 책에서 중학교 시절에 배웠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운 것 모두를 기억한다면 나는 아마 엄청난 지식을 소유하고 있을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렇지 못하다. 성적표를 본다. 배웠던 것을 기억하건 말건 무심하게도 성적표에 점수를 쓴 숫자는 색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읽는 소설이 모두 영어로 된 것이다. 물론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읽지만. 사실은 원문을 읽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못해 적극적으로 시도는 못 하고 있다. 영어로 읽으면 그 문장의 뜻은 알지만, 미묘한 느낌 같은 것은 잘 모르겠다.
1984, 죠지 오웰(1984, George Orwell)를 원문으로 읽고 있다. 하루에 한 페이지 정도. 아마 1년 정도 전에 프린터로 마구 출력해서 둔 것. 그 때에는 조금 읽다 말았는데, 요즘 계속 보고 있다. 여러번 소리 내어 읽고, 문맥을 자꾸 들여다 보니 각 단어에서 그 단어의 느낌이 조금씩 생긴다. '아, 이 단어는 좀 부정적인 느낌... 이 단어는 좋은 느낌, 은근히 비꼬는 느낌, 딱딱한 느낌...' 그런데 조금 걱정되는 것은 1984에 비꼬거나 은근히 비난하는 투의 말이 많다.
이왕이면 좀 더 재미있는 소설로 시작했다면 좋았을텐데. 예를 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anture in Wonderland), 거울속 세상(Through the Looking Glass),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같은 것.
1984를 원문으로 읽으면서 새삼 느낀다, 1984는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요즘 소설을 더 접하면서, 갑자기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만약 소설을 쓴다면, 이런 것을 쓰고 싶다. 몇명의 등장인물이 보내는 지나치게 평범한 일상. 그 내용을 짧은 대화들로 구성하고 각각의 대화 이전에 인물들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내적 언어를 아주 장황하게 묘사해보고 싶다.
아마도 Anne of Green Gables를 읽으면서 보통 사람이 속으로 할 말을 모두 입밖으로 주륵 쏟아 놓는 앤의 입을 좀 틀어막고 싶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나보다.
Anne of Green Gables를 읽고 있다. 읽을 수록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 읽으면서 내내 느끼는 것은 앤이라는 소녀가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수다스럽지만 오히려 그것이 매력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남성은 그렇지 않을까? 매슈 커스버트(Matthew Cuthbert)처럼 과묵한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남성이 어느 정도 갖고 있는 특성일 것이다. 그리고 꼭 남성이 아니더라도 그런 특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앤 셜리(Anne Shirle) 같은 사람의 수다스럽지만, 그것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발랄함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에 꼭 맞지는 않지만, 누가 그랬지, 여우 같은 여자와는 살아도, 소 같은 여자와는 못 산다.
Anne of Green Gables에 대한 독후감은 따로 써야겠다. 일기에 긴 내용을 적기는 좀 그러니까.
누가 그런다, 다시 사춘기냐고.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이 여러번 났다. 중학교, 고등학교 소녀들이나 이런 책을 읽고 간혹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우습기도 하면서 아직(혹은 새롭게) 감성이 충만하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에 인용된 - 꼭 원문 그대로 그리고 상황에 딱 맞게 인용되지는 않았더라도 - 문장들이 참 멋지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문장을 참 잘 갖다 쓴 것 같다. 나중에 셰익스피어의 문학도 시도해 봐야겠다. 성서에서 인용한 것도 참 마음에 든다, 비록 신도는 아니지만.
멋진 인용문 여러개가 있는데, 특히 두개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쟁기를 잡았으니 이제 뒤돌아 보지 않을거야.
신약 누가복음 제 9장 62절에 나오는 것을 갖다 썼다고 한다.
시작을 하면 포기하지 말아야지. 이 부분을 읽는데 갑자기 여자친구 생각이 났다. Yes, I'm random. Anyway... 이 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만약 앤이었다면, 이 말이 마음에 든다는 말을 10분 동안 마릴러(Marilla Cuthbert)에게 주절거렸을 것이다. 이렇게...
"이 말은 정말 감상적이예요. 쟁기를 잡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의 약간의 두려움과 언제 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조용히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니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전 느낄 수 있어요. 전 상상력이 좋잖아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정말 가엾어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쟁기를 잡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저 한줄에서 찾아 낼 수 있을텐데 말이예요. 저처럼요. 아무튼 저는 이 말은 정말 멋있어요. 아마 이 말을 자주 쓸 것 같아요. '바람을 따라가는 산책로'를 걷고 있으면 아마 이런 말을 쓸 것 같아요. '바람을 따라가는 산책로'는 정말 좋은 길이지만 조금 긴 편이어서 그 곳을 거닐다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중간에 뒤 돌아올 마음은 없어요. 시간이 짧아 길을 끝까지 가지 않는다면 그 길이 얼마나 슬퍼하겠어요. 만약 제가 그 길이고,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중간에 돌아가면 참 비참해질거예요. 길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지나가라고 있는 것이잖아요.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으면 정말 버려진 느낌이 들거예요. 저 같은 고아가 느끼는 느낌과 같을 거예요. 상상할 수 있으세요? 그건 정말 최악이예요. 아무튼 시작을 했으니 끝까지 가 볼거예요. 세상은 정말 아릅답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데 가다가 멈춘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거예요. 비록 가는 길이 험하다고 할지라도요. 하느님께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밤에는 이 말을 넣어서 기도를 해야겠어요."